중국, 세계 첫 원숭이 복제 성공… "신약 개발에 결정적 역할 할 것"

입력 2018-01-25 02:42  

중국의 '바이오 굴기'…세계 최초 영장류 복제
인간과 96% 닮은 원숭이 복제…난치병 정복 길 열려

체세포 핵치환 방식 성공…핵 없앤 난자에 체세포 융합
대리모 자궁서 키우는 방식…복제동물 유전적으로 '동일'

"뇌 질환·암·면역질환 등 신약 개발에 획기적 역할"



[ 박근태 기자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양과 돼지, 소, 개 등 23종의 동물이 복제됐지만 영장류 복제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학원 산하 상하이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긴꼬리 원숭이과인 ‘마카크원숭이’를 복제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두 마리의 새끼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셀’이 24일 발표했다. 이번 실험에는 핵이 없는 원숭이의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시키는 체세포 핵치환 법이 사용됐다. 1996년 7월 태어난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에 사용된 복제 방식과 같은 기술이다.

이번 원숭이 복제 연구는 지금까지 동물 복제 중 가장 획기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계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복제 원숭이가 보급되면 뇌 질환과 암, 면역계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연구에서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도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중국 연구진의 이번 연구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다수의 원숭이를 활용하는 생명 연구 분야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수십만 마리의 원숭이를 확보하고, 영장류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대해 윤리적 논란도 일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가 영장류 실험을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실험용 원숭이 확보와 연구에서 가장 공격적인 나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실험용 원숭이 생산의 90%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최초로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건 일찌감치 실험용 원숭이 확보에 많은 재원을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영장류인 원숭이는 사람과 불과 4% 유전자만 차이가 난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고작 1% 차이만 난다.

질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을 쥐와 돼지를 이용해 효능 시험을 한 뒤 통과시켜 실제 인간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약효가 없는 경우도 이런 유전적 차이에 기인한다. 쥐와 돼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사람에겐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장류는 사람과 유전적 차이가 작아 어느 동물보다 치료제 효능을 입증하는 실험에 적합하다. 세계 각국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시면서도 영장류 복제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다.

◆쥐 복제 방식 활용 성공

원숭이 복제는 그간 순탄하지 않았다.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수많은 연구진이 영장류 복제에 뛰어들었지만 단 한 곳도 성공한 곳이 없다. 정상적으로 수정란이 착상해 태아로 발달하는 성공률을 높일 방법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개와 돼지, 소 등 복제에 성공한 다른 동물은 종마다 조금씩 복제 방식이 다르다. 중국 연구진은 쥐 복제에서 방법을 찾았다.

연구진은 다른 동물 복제에서처럼 암컷 마카크 원숭이에게서 미성숙 난자(난모세포)를 꺼내 핵을 제거했다. 개나 돼지 등 다른 복제 동물은 성체 체세포를 이용하지만 연구진은 임신한 또 다른 암컷 마카크 원숭이에게서 태아섬유아세포(임신 4주쯤의 체세포)를 떼어내 난자핵을 제거한 미성숙 난자에 주입했다. 이어 ‘Kdm4d 메신저RNA(mRNA)’라는 유전물질을 체세포와 융합한 난자에 넣었다. 이 mRNA는 배아가 잘 분화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쥐 역시도 복제가 까다로운 동물이었는데 이 메신저RNA를 주입하면서 정상적인 배아로 발달하는 성공률이 세 배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배양한 뒤 대리모 원숭이에게 착상시켰고 지난해 12월 두 마리 복제 원숭이 새끼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반면 어른 마카크 원숭이의 체세포를 이용해 똑같은 핵치환 방식으로 복제한 새끼 원숭이는 불과 수 시간 만에 숨졌다. 연구진은 24일 셀 웹사이트에 두 마리 새끼 마카크 원숭이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두 새끼에게 중국을 뜻하는 중화(中華)의 앞뒤 글자를 따서 ‘중중’과 ‘화화’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뇌 질환 암 치료제 연구에 전기

원숭이는 새끼를 한두 마리만 낳는 데다 개체 수도 적고 엄마가 되기까지 성장 기간이 길어 다양한 신약 연구 활용에 한계가 많았다. 자연상태 원숭이를 잡아 실험하는 데도 한계가 많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최대 동시에 네 쌍둥이까지 복제 원숭이를 낳게 하는 방법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를 여러 마리 복제하면 치료 약물이 동일한 치료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자연상태에서 원숭이는 후천적으로도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수 있어 치료 약물이 확실한 효능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복제 원숭이는 인간의 뇌 질환과 암, 면역 질환, 대사 장애 치료 물질의 효능을 알아내는 연구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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